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워라밸에 대해 궁금해할 것 같다. 출퇴근 시간은 어떤지, 야근은 없는지 등 여러 질문을 받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출퇴근 시간은 대부분 길고 야근은 거의 없다. 이는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에게도 적용되는 사실이다.
출퇴근 시간과 교통 상황
나는 보통 새벽 5시 이전에 일어나 샤워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략 오전 6시쯤이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출근 시간대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회사에서 준비해주는 차량을 타고 집에서 바로 출근하기 때문에 버스를 기다리거나 지하철의 혼잡함을 경험할 일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는 비교적 편하게 출근할 수 있다고 본다. 회사 차량을 이용하면서 아침에 혼잡한 대중교통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이다. 이렇다 보니 나름대로 하루의 시작이 스트레스 없이 평온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퇴근 시간은 보통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특성상 교통이 굉장히 혼잡하다. 특히 퇴근 시간대에는 차가 너무 막혀서 집에 도착하면 7시가 넘는 경우가 많다. 교통 체증이 심해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퇴근 후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기 어렵다. 다음 날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저녁 9시에서 10시 사이에는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잠깐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정작 뭘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저녁 시간대에는 피곤함에 지쳐 대부분은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기 마련이다.
회식 문화와 근무 제도
이 때문에 회식도 거의 없고, 아주 가끔 있더라도 보통 밤 9시 전에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하게 한잔 마시고 대리기사 기다리면서 맥주 한잔 더 하는" 그런 직장 생활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는 회식의 개념도 조금 다르다. 회식을 한다고 해도 모두가 서로의 피곤함을 고려해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회사들은 주 6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우리 회사는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주 6일 근무제를 따르고 있다. 현지 직원들이 주말에 출근하지 않더라도, 한국인 직원들은 주 6일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오래 회사에 있어야 일을 많이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아직 이곳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문화는 가끔 나에게도 큰 도전이 되곤 한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보다는,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곧 일의 성과로 평가되는 듯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무작정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한다.
워라밸의 장단점
이렇다 보니 인도네시아에서의 워라밸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참 애매하다. 퇴근 후 여유 시간이 거의 없지만, 야근이 거의 없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업무와 삶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한국에서처럼 스트레스가 심한 야근 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퇴근 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는 단점이 있지만, 비교적 스트레스 없이 퇴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워라밸의 장단점이 혼재되어 있는 느낌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퇴근 이후의 개인 시간이 제한적이지만, 정해진 퇴근 시간이 보장된다는 것에서 오는 안정감도 분명히 있다. 이 부분은 한국에서 야근에 시달리던 내게는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긍정적인 부분 찾기
하지만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며 일정한 리듬을 유지할 수 있고, 주말에는 아들과 가족과 함께 보내며 소중한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렇게 사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노력이야말로, 워라밸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공원에 나가 놀거나,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동안 놓쳤던 가족과의 소소한 일상을 즐기려고 한다.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피로가 풀리는 순간을 경험할 때마다, 이런 작지만 소중한 시간들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느낀다.
또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생활 패턴은 내게도 나름의 의미를 준다. 규칙적인 일상 덕분에 신체 리듬이 안정되고, 그로 인해 평소보다 더 건강해졌다고 느낀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하루가 시작되기 전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책을 읽는 시간은 나에게 있어 매우 소중하다. 이 시간 동안 차분히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 하루를 좀 더 생산적으로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결론: 나만의 워라밸 조율하기
아무리 출퇴근 시간이 길고 주말이 부족하다고 해도, 이러한 작은 긍정적인 면들을 통해 나의 워라밸을 스스로 조율해 나가고 있다. 물론 완벽한 워라밸을 이루기란 어렵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나만의 조용한 아침 시간, 그리고 주말의 소중한 휴식은 내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삶은 때로는 도전적이지만, 그 속에서도 분명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인도네시아에서의 직장 생활과 일상의 균형은 나에게 끊임없는 학습이자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 교통체증 레벨을 잘 보여주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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