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하다 보면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정말 많다. 이곳은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문화를 가진 나라로 유명하지만, 반면에 이 나라의 느긋한 시간의 흐름은 정말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항상 같이 근무해야 하는 직원들에게 느끼는 답답함은 때로는 내 건강에까지 해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직원들에게 화를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티는 좀 났겠지만...) 그냥 속으로 삭힐 뿐이다. 삭히고 삭히다가 이제 정말 시커매진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싶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아닌, 천천히 그 순간을 느끼고 즐기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문화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때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업무 상황에서 이런 느긋한 태도가 문제가 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빠른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한참을 고민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속에서 불만이 쌓인다. 이럴 때일수록 나도 인내심을 기르고, 그들의 문화와 방식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곤 한다.
사실 모든 걸 물어보고 또 다 알려줘야 하는 직원들, 그런데 그 알려준 것도 매번 실수하고 잘 못하는 직원들, 단순 입력도 제대로 못하는 직원들, 맨날 지각하는 직원들, 오기로 해놓고 매일 약속을 안 지키는 수리 기술자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정말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답답함 속에서도 어떻게든 긍정적인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꾸준히 노력하고 성실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그들의 태도와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곳에서의 생활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일상 속의 답답함과 여유
또한, 일상의 작은 부분들에서도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식당에서도 아무 이유 없이 음식이 늦게 나오거나 잘못 나오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대한 컴플레인을 해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항상 "기다려달라", "미안하다"는 말만 되돌아올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숨이 나올 때도 있지만, 동시에 이런 점이 이곳 사람들의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음식이 늦게 나오면 금방 불만이 터져 나오지만, 여기는 대체로 사람들도 여유롭게 기다린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내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하니 어떤 분이 이렇게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이유가 없다. 그냥 그렇다면 그런 거야." 이 말이 처음에는 정말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점점 인도네시아의 삶에 익숙해지면서, 정말 이유 없이 그냥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이곳에서의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이런 점이 없다면 여기는 이미 선진국이었겠지. 답답함을 주는 나라이기에 아직 발전이 더딘 것이고,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회를 가지고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답답한 건 여전히 답답한 거지 뭐.
답답함 속에서도 찾는 매력
이러한 답답함 속에서도 나름의 매력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는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의 순수함과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번은 직원이 큰 실수를 했지만,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진심이 전해지면서, 비록 결과는 미흡했을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답답함보다는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이곳에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강하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사람들과의 관계와 협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이런 답답함을 어느 정도 완화해 준다.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산, 그리고 다채로운 자연 속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고 잠시나마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주말마다 자연 속으로 떠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긍정적인 마음으로 돌아오곤 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그들의 여유로운 태도는 어쩌면 이런 자연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성장과 수용의 과정
어쨌든 참 재미있는 나라, 인도네시아다. 답답함 속에서도 나름의 매력이 있고, 그래서 이곳에서의 생활이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이 답답함이 내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자극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고, 나와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 자체가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든다. 답답함을 견디고 이겨내는 자가 결국 이곳에서 승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나는 오늘도 이곳에서의 생활을 이어간다. 답답함이 있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기쁨과 보람을 찾으며, 인도네시아에서의 나날을 소중히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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